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쉼터

문신의 추억

by zooin 2008. 3. 2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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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날 이야기이다.
먹고 살려고 청주에서 약 3일간 노가다를 했고, 그때는 찜질방이 활성화 되기 전이라 가까운 호텔의 사우나를 숙소로 이용하고 있었다.
마지막 날 (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이었다) 아침에 사우나의 수면실에서 잠을 깨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...옆 사람과 내 몸이 부딪치는 상황이 생겼고, 잠결과 더불어 며칠간의 육체적인 피로가 쌓여 있는 나는 샴푸 거품에 눈도 뜨지 않은 채 짜증섞인 목소리로 "에이~~~"하는 불만을 표시했지만, 상대방의 "죄송합니다"라는 소리를 듣고 '룰루랄라' 샤워를 끝마쳤다.

그리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는데...일행들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프로농구단의 유명한 감독이라며 수군대고 있었고, 어떤 이들은 "감독. 내가 당신 팬이요."하면서 친한 척 하는 이들도 있었다.
물론 나야 그런 것에 무관심한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...하며 아직 덜 깬 잠을 추스리며 목욕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는데...
그때서야 탈의실 내부의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, 농구감독과 우리 일행을 제외한 나머지 약 3~40명이 같은 일행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으니...

그것은 바로 그들의 몸에 그려진 문신을 보았기 때문이다.

그동안 나도 문신을 볼 만큼은 봤는데... 사우나 안의 그 사람들의 예술적인 경지의 문신을 보고 天外天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. (찌질한 칼자국, 담배빵, 맞춤법 틀린 텍스트, 일본말, 한자, 용, 호랑이, 술 먹으면 더 선명해지는 꽃 무늬 등 웬만한 것은 다 봤다.)
일단 한 눈에 전부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, 내 눈에 가득 차는 그 화면들은 삑사리 하나 없는 천수관음과 일월곤륜의 선경이었다.
탈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탱화와 같은 동양화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멋진 컨텐츠였고...^^

잠깐 동안 감탄을 하고 있던 중에 생각나는 것이..."아까 샤워하다가 나랑 부딪친 놈이 이런 놈들 중에 한 명?"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것이다.
"아 c8 내가 먼저 사과할 걸..."이라는 후회와 함께, "그래. 그 놈이 먼저 죄송하다고 했잖아."라는 위안을 뒤로 한 채 사우나를 나왔지만 당시는 졸라 섬찟했었다는...ㅋㅋㅋ

우연히 손예진이가 영화에서 천수관음 문신을 했었다길래 사진을 찾아 보니 비슷해 보이고, 게다가  http://stalin.egloos.com/192196의 글을 읽으니 그 때 그 문신들이 생각나서...^^